Life On Mars

드라마 & 영화 2009. 1. 25. 01:36

이런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사고를 당하게 되고 눈을 뜬 순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있다면? 그것도 내가 3~4살 때인 한참 전의 과거의 순간에서 일어나게 된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지금 리뷰해 볼 'Life On Mars'는 그러한 상상을 기반으로 제작된 드라마이다. 각종 스포일러를 피해 리뷰를 써볼테니, 아직 보지 않았다고해서 너무 걱정할필요(사실 검색해서 찾아서 들어올 정도면 드라마를 다 봤을것이라 짐작하지만)는 없을것이라 생각한다.

먼저 드라마 자체를 파고들어가보자. 이 드라마는 BBC에서 2006 ~ 2007, 2년간 2시즌으로 제작된 영국드라마이다. 영국드라마와 미국드라마의 큰 차이 중 하나인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편수로 2시즌 드라마라고 하지만 각 시즌별로 8편씩, 총 16화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1시즌 8편이 적다는 것은 간단한 예로 인기 미국드라마 중 하나인 CSI가 각 시즌별로 23화 정도의 길이를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빠를듯하다.) 각 화의 러닝타임은 58분 정도이다.

줄거리를 간략히 설명하면 이와 같다. 극중 주인공인 샘 타일러(존 심)는 현대 맨체스터에서 근무하는 DCI이다. (반장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 어느 날 샘은 자신의 여자친구(그녀도 경찰이다)가 연쇄살인 사건에 개입해 실종되는 일이 벌어지게 되고, 이에 충격을 받아 도로에 차를 주차시키고 잠시 밖으로 나와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차에 치이게 되고 눈을 떠보니 주위가 완전히 뒤바뀌어있는 것이다. 하나 하나 주위를 둘러보다 듣게 된 말은 현재 자신이 1973년의 맨체스터에 한 등급 강등된 DI(DCI 밑 등급이다)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과연 그는 왜 과거로 돌아가 있는 것일까? 이 세계가 혼수상태인 자신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세상이라면 다시 '진짜 세계'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과연 '진짜'란 무엇일까? Life On Mars에선 샘이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샘 타일러 (존 심)


등장인물 소개로 먼저 샘을 소개해본다. 위 사진의 인물은 앞서 말한 줄거리에 나온 주인공인 샘 타일러이다. 현대의 경찰답게 항상 증거와 과학수사, 변호사와 심리분석가가 참석한 심문 등에 의존해 수사를 펼치려한다. 이러한 태도는 70년대 형사들, 특히 반장인 진 헌트와 사사건건마다 대립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가끔 들려오는 '진짜 세계'의 병실에서 들려오는 환청이 그를 더욱 더 '진짜 세계'로 돌아가고 싶게 만들고 괴롭히곤한다. 자신과 관련된 사건들을 맡으며 현실 세계와의 관련성을 하나씩 찾아가며 자신이 이 세상에 같힌 이유를 찾고, 돌아갈 방법을 찾는다. 과연 그는 '진짜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진 헌트 (필립 글레니스터)


70년대 맨체스터 경찰의 DCI인 진 헌트이다. 과학수사는 장난수준 밖에 안 받아들이고, 안전벨트는 교구목사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일종의 무대뽀이다. 아무나 용의자라 여겨지면 증거주의보다 일단 집어넣고 보자는 생각을 지니기도 한다. 거친 욕설과 언제나 휘두르는 주먹, 술에 절어있는 모습 등 부정적인 외부도 있지만, 범죄를 소탕해야한다는 신념이나 자신의 팀에 대한 애정 등 내적인 모습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진짜 사나이이기도 하다.

아니 카트라이트 (리즈 화이트)


샘의 정신적 버팀목이기도 한 아니. 처음 샘이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을때부터 샘이 믿을만한 사람은 그녀 하나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리학을 전공했으나 마초적인 수사과 사람들 속에선 하녀로 취급받는 존재였었다. 그러나 샘이 나타난 뒤, 그녀에게 도움을 얻기도 하면서 위상을 끌어올려주기도 했다. 사실 샘이 믿을만한 사람이 그녀뿐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샘을 바라보는 눈길은 썩 좋지 않다. 마치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바라보는 연민의 눈동자를 가졌다 표현하면 적당할까? 그러나 그러한 생각속에서도 샘을 이해하려는 모습은 천사나 다름없다!

크리스(Marshall Lancaster)와 레이(Dean Andrews)


Life On Mars의 주요 조연을 꼽아보자면 이들을 빼 놓을 수 없다. 바로 크리스와 레이이다. 이 둘은 전형적인 70년대 경찰을 선보이고 있다. 공통점을 들자면 진 헌트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존경을 들 수 있다. 크리스는 얼빵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실수와 어리벙벙한 모습을 보이는 경찰이다. 샘을 만나고부터 샘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그의 과학수사 등 수사방법을 배우는 등 현대적인 모습에도 개방적인 그리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경찰이다. 레이는 샘에 대한 감정이 좋지 못했다. 자신이 승진해 올라갈 자리를 '전근'해온 샘이 차지했기 때문에 샘에 대한 삐딱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TV, 라디오, 무전기. 이들은 샘이 간혹 '진짜 세계'의 목소리를 듣는 통로로 이용되곤 한다. 무심결에 틀어놨던 TV에서 영상 속의 인물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 외부세계의 목소리를 듣곤 한다. 그러나 인터넷과 다른 TV, 라디오의 속성을 꼽아보자면 이들은 일방향 매체라는 점이다. 외부에서 그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기만 할 뿐, 샘은 그들에게 자신이 살아있으며 삶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지 못한다. 이는 들을 수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샘의 무력감을 보여주는 좋은 표현방법이라 생각된다. (무전기나 전화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긴 하지만 샘이 말을 하면 상대에서 들리지 않는다.)

Life On Mars의 후속작인 Ashes to Ashes의 주요 등장인물 2명.


이 드라마는 샘 타일러를 맡은 존 심이(다른 영국 배우들이 으레 그렇듯) 한 역할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길게끌지 않고, 2시즌에서 막을 내렸다. 그러나 BBC가 팬들의 아쉬운 마음을 이해했는지(혹은 시청률을 의식했는지) 몰라도 스핀오프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 이름은 Ashes to Ashes로 샘과 아니를 제외한 수사과 3인방이 그대로 출연하고 Spooks에 조이로 좋은 연기를 펼쳤던 킬리호스가 나오며 팬들의 향수를 달래준다. (미국에서 Life On Mars를 다시 제작한다 했는데, 주인공의 이미지가 전혀 다른 등 미국판 드라마는 영 영국 드라마의 본 냄새를 재현하지 못했다는 평을 듣는다고 한다.)

※스포일러 - 아래 '더보기'를 클릭

샘 타일러, 진 헌트, 아니 카트라이트


Life On Mars의 평가를 내려보자면, 영국의 그리고 BBC의 드라마라면 일단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내 생각이 이번에도 일치했던듯 싶다. 진짜 BBC의 영상자료 등을 이용해 시청자로 하여금 과거에 몰입할 수 있게 한 것 뿐아니라 배경묘사, 인물묘사 등에서도 뛰어난 점수를 줄 수 있는 드라마이다.(진짜 70년대라면 저러지 않았을까? 아니, 내가 70년대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드라마인 것이다.) 

OST에 있어서도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한결같이 70년대의 명곡들로 이루어진 OST는 극중 분위기와 한치도 어긋나지 않으며 상황을 묘사하는데 청각을 이용하는 부분에서 놀라운 역할을 보이고 있다 할 수 있다. 중심 테마곡인 David Bowie의 'Life on Mars?'는 극의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놀라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할 수 있다.(이 드라마를 위해 만든 곡이라 착각이 들 정도로 잘 연결이 되는데, 이 또한 70년대 히트곡이다.) 참고로 아래 동영상은 이 곡의 뮤직비디오이다.



특히나 연기 부분에선 더 말할 것이 없는 명배우 John Simm, Philip Glenister 등이 열연하고 있고, Liz White의 아니 역할도 눈을 뗄 수 없게만드는 명연기라 부를 수 있다. 내용 또한 단순한 경찰 수사물이 아닌 한 개인의 고뇌를 담는 점에서(이는 직접 느껴봐야 더 좋을 것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 My name is Sam Tyler. I had an accident, and I woke up in 1973. Am I mad, in a coma, or back in time? Whatever's happened, it's like I've landed on a different planet. Now maybe if I can work out the reason, I can get home."


P.S 사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약간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뇌사시 장기기증을 신청한 사람으로서 막상 샘의 경우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과연 그때에도 의연히 기다릴 수 있을까? 아니면 (초기의) 샘처럼 살기위해 발버둥을 칠까?


글 보관함

카운터

Total : / Today : / Yesterday :
get rss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