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환경

1)용천지대

용천이란?

지하수가 자연 상태에서 지표로 분출하는 것으로 샘이라고도 한다. 용천은 그 용출상황, 화학조성, 온도, 성인 그리고 지형이나 지질에 따라 형태적, 구조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용출상황에 따른 분류에는 그 항상성에 따라 항상 용출하는 부단천, 특정 계절 또는 강수가 있을 때만 용출하는 일시천, 일정 시간 동안에 간헐적으로 용출하는 간헐천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물의 화학성분에 따라 관천과 단순천, 수온에 따라 온천과 냉천으로 각각 구분된다. 형태적으로는 병출천, 지상천, 습지천으로 분류할 수 있다. 병출천은 암석의 균열에서 유래한 열하천이 많다. 지상천은 분지 저에서 용출하여 그 속에 물을 저장한 상태의 것, 습지천은 지하수면의 노출에 의해 소택상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용천을 지형적 입장에서 분류하면, 하천의 제방을 따른 연하천, 계곡의 측벽에 발달한 곡벽천, 대지ㆍ단구애 등에서 용출하는 애하천, 지하수면이 지표면의 와지와 접촉하여 생긴 연못이나 소택지 모양의 요지천, 선상지의 말단에 분포하는 선단천 등이 있다. 이들은 대수층이 사력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의 접촉천으로 지층천이라고도 한다. 같은 접촉천이라도 석회암지역의 동혈에서 용출하는 동혈천이나 용암 등 다공질 암석의 균열에서 용출하는 샘은 암열천이라고도 하며, 용출량은 지층천에서보다 훨씬 많은 것이 특징이다. 용출량에 따라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그림 1] - 제주도의 용천



제주도에서 나타나는 용천지대

제주도는 현무암지대가 분포하고 있어 물의 대부분이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로 흐른다. 즉, 제주도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기반암 위로, 물을 함유하는 퇴적층이 있고 그 위에는 절리가 발달한 현무암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 대수층을 따라 흐르던 지하수는 해수면을 만나며 용출되며, 용천을 형성하게 된다. 결국 제주도에서 가장 쉽게 담수를 찾을 수 있는 곳은 해안가가 된다.

cf) 제주도에서 퇴적층이 있다는 말이 틀리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 반대되는 증거들이 존재한다. 제주에서 퇴적암을 볼 수 있는 곳이 심심찮게 있다. 제주 남서쪽 모서리에 위치한 송악산이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는 우리나라 최남단 섬 마라도로 향할 때 찾아가는 곳이다. 송악산 해안가의 해안 절벽을 살펴보면 퇴적층이 눈에 들어온다.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과 함께 엄청난 양의 화산가스와 화산재가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이들은 날아가거나 지표면을 따라 흐르면서 쌓여 퇴적층을 만든다. 바로 이것이 송악산 퇴적암으로 응회암이라고 한다. 응회암은 화산분출에 의해 형성됐지만 퇴적작용으로 쌓였고, 여러 가지 퇴적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퇴적암으로 분류된다. 화산분출지역에는 화산암 외에도 퇴적암이 발견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송악산 외에도 수월봉, 일출봉에서도 응회암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림 2] - 비가 내리면 지표면에 갈라진 틈(절리)을 따라 빗물이 땅으로 스며든다. 빗물은 절리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다 두꺼운 퇴적층을 만난다. 여기에서 물이 저장된다. 이것이 제주 지하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화산활동과 무관한 퇴적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의 관광코스 서귀포 천지연폭포를 찾아가보면 주차장에서 해저유람선 선착장을 옆에 끼고 바다 쪽으로 해안절벽이 보일 것이다. 바로 이곳에서 화산활동과 무관한 퇴적층을 볼 수 있다. 이 지층을 ‘서귀포 층’이라 부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서귀포 층에는 조개류를 포함해서 1백여 종의 화석이 있다. 조개류 화석과 생물이 구멍을 파고 살았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이 사실은 서귀포 층이 얕은 바다에서 형성됐다는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이 시기 한반도가 어떤 환경이었는지에 대한 정보도 간직하고 있다. 서귀포 층에 들어있는 화석생물 중 약 50%의 후손이 현재 대부분 먼 남쪽바다에 살고 있다. 이는 서귀포 층이 쌓일 때의 바다가 지금보다 따뜻했음을 말해준다.

이 지층은 언제 생겨난 것일까. 수 천 년 전 제주도에 화산폭발이 끝난 다음에 생겨난 것일까. 아니다. 서귀포 층은 지금의 제주도가 모양을 갖추기도 전에 형성됐다. 하지만 화산활동이 전혀 없던 시기에 쌓인 것은 아니다. 첫 번째 화산활동 이후인 약 70만 년 전쯤 형성됐다. 이것은 화석을 포함하는 퇴적층 아래가 현무암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다.

2)현무암질 토양

간대토양

세계의 토양은 성대토양ㆍ비성대토양ㆍ간대토양으로 크게 나뉜다. 성대토양은 일차적으로 기후와 식생에 의해 특성이 결정되는 토양을 가리키는 것인데, 기복이 완만하고 배수가 양호한 지역에 발달하며, 지표의 많은 부분을 덮고 있다. 성대토양은 페달퍼 계통의 습윤형과 페도칼 계통의 건조형으로 크게 나뉜다. 비성대토양은 급경사의 사면이나 근래에 쌓인 충적층에서와 같이 모재 자체와 거의 다름없는 토양으로서 토양단면의 발달이 불완전한 미성숙토가 이에 해당한다. 간대토양은 토양생성작용을 충분히 받았으나 모재나 지형과 같이 기후대와 관계없는 인자의 영향을 반영하는 토양이다.

[그림 3] - 현무암 풍화토, 기반암인 현무암의 영향으로 검은 색을 나타낸다. 제주도 제주시 이호동



쉽게 정리를 해보자면, 토양의 생성 과정에서 기후가 영향을 많이 주면 성대토양이라 하고, 기반암이 영향을 많이 주면 간대토양이라 한다. 제주도의 현무암 풍화토는 대표적인 간대토양의 예로 제시된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현무암 풍화토가 주를 이루는 제주 지역은, 대표적인 기반암의 영향을 받은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간대토양의 특징인 성대토양과는 달리 토층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3)강한 바람

삼다도, 제주

제주도는 흔히 바람, 돌, 여자가 많다하여 삼다도라는 별명으로 불리곤 한다. 제주도엔 그만큼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곤 한다.

제주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에 위치해 계절에 따라 대륙성과 해양성 기후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겨울철에는 북서계절풍 영향으로 대륙성 기후가 두드러져 기온차가 심하고,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으로 강우집중이 큰 편이다.

또한 제주도는 한라산 중심으로 '오름'이라 불리는 기생화산이 360여 개나 산재해 있으며, 동부지역에서는 해발 300∼700m의 비교적 높은 오름이 많아 지형에 따라 국지적인 강풍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지형 특성 때문에 제주 산악은 주간에 해풍과 육풍을 결합하여 해륙풍 순환을 강화시키며, 야간에는 육풍이 섬 전체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제주는 풍세가 큰 지역으로 강풍, 다풍의 섬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여름에 비해 겨울이 대륙과 해양의 기압차가 크기 때문이다. 제주 평균풍속(2003년 기준)은 3.1m/s이고, 풍세가 가장 강한 지역은 고산을 중심으로 하는 산서지역으로 풍속 6.9m/s이다. 대체로 풍세가 강한 지역은 겨울 계절풍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섬의 북서 해안지대이고, 약한 지역은 남동 해안지대이다. 계절별 풍세의 분포를 보면 봄에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 장마전선이 제주도로 올라오기 전까지 겨울 계절풍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그림 4] - 제주바람의 특성



고산(2003년) 지역의 풍속은 1월 중순이 가장 강한데 초속 9.7m 정도이고, 6월 중순과 7월 하순이 가장 약한 초속 4.7m 정도를 보인다.

소형선박이 항해 불가능한 최대풍속은 8m/s 이상의 강풍이 부는 경우로, 이러한 강풍(强風)은 1년 중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한 달 중 10일 이상 나타난다. 동중국해를 거쳐 제주도에 기착하거나 인근 지역으로 표류하는 상당 부분이 이 겨울의 북서풍을 만나는 경우이다. 그러나 5월부터 9월까지는 강풍일이 적어 9월의 경우 평균 6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바람의 방향은 계절에 따라 크게 변한다. 제주해협은 1월부터 3월까지는 북서에서 북풍에 속하는 바람이 가장 많은데, 그 중 북북서풍의 출현빈도가 높다. 4월부터 6월까지 봄철에는 뚜렷한 주풍이 없고 사방에서 바람이 부나, 7월부터 10월까지 여름과 가을에는 북북동에서 남풍까지의 바람이 우세하다. 또 11월은 북북동에서 북서의 바람이, 12월은 북풍에서 서북서의 바람이 가장 많이 출현한다.

불규칙한 풍향을 갖는 봄철의 돌풍은 강풍에 속하지는 않지만, 바다와 관련이 깊은 지역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봄이 시작되는 3월(음력 2월)을 전후해서 양쯔강 유역에서 발생하는 온대성 저기압이 빈번하게 동진하게 되는데, 아열대 제트스트림과 겹쳐 더욱 강한 풍속을 갖게 된다.

제주도 남쪽에서 내습하는 태풍과 폭풍은 7월부터 9월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 태풍은 대체로 대만과 필리핀 동쪽에서 이루어져 북상하다가 제주도 주변에서 북동을 중심으로 여러 방향으로 갈린다.

근대 이전의 동중국해 여러 지역 중에서 제주로 표류해 온 경우는 대부분 중국 화남지방과 오키나와에서 온 경우로, 이는 7∼9월 폭풍과 태풍이 주 이유다. 하멜의 제주 표류도 그 직접적인 원인은 태풍 때문이다.

2 제주도의 자연환경, 그에 따른 인간생활

1) 마을의 분포

[그림 5] - 제주도 식수와 취락 분포



사람이 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요소를 고르자면 물이 빠질 수 없다. 제주도의 취락의 분포를 [그림 4]와 관련해보면 주로 해안가에 밀집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용천지대에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제주도에선 아무 곳에서나 물을 쉽게 얻기란 힘든 일이다. 용천이 있는 해안가에서 담수를 구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취락들이 해안가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100m이하

100~200m

200~300m

300~400m

400~500m

500m 이상

제주시

7

1

1

북제주군

63

15

4

1

남제주군

49

21

1

2

1

합계

(비율)

119

(69.9)

37

(23.7)

5

(3.2)

3

(1.9)

1

(0.7)

1

(0.7)

[표 ] - 해발고도에 따른 제주도의 취락 분포

[표 1]에서처럼 제주도의 취락 입지를 살펴보면, 취락의 대부분이 해발 고도200m 이하 지역에 분포하며, 고도에 따라 취락 수가 감소한다. 그 이유는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생산 활동에 필요한 평탄한 경지가 부족하다는 점과, 제주도는 화산 지형으로 현무암의 다공성으로 인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해안에서 용천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표 1]은 물을 구하기 쉬운 해안 지방에 취락의 대부분이 입지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반증하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참고자료 : 용천의 보전 행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제주도에서는 용천수가 귀중한 생명수였다. 제주의 용천수는 그것이 용출하는 지점에 따라 해안 용천수, 중산간 용천수, 산간 용천수로 구별할 수 있는데, 특히 해안지역에 집중돼 있는 용천수는 오늘날과 같이 제주도의 전 해안지역에 마을의 터를 닦는 구심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주민들의 무관심과 행정당국의 관리 소홀로 인해 많은 용천수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많은 용천수가 훼손되며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용천수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1999년 발표된 제주도의 한 조사에 따르면, 제주도 내 용천수 수는 총 911군데로 이를 시ㆍ군 지역별로 보면 제주시가 142군데, 서귀포시가 168군데, 북제주군이 398군데 그리고 남제주군이 203군데로 나타난다.

[그림 6] - 제주도의 용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체 911군데의 용천수 중 이미 156군데는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최근 확인된 용천수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훼손 또는 파괴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중산간 지역의 지하수 개발로 인해 수량이 급속히 감소함은 물론이거니와 그나마 현재 용출하고 있는 물도 주변의 오염원에 완전히 노출되어 음용수로는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수질이 악화돼 있는 것들이다. 여기에는 과거 사용상 편리를 위해 설치했던 보호시설이나 구조물이 완전히 파괴돼 버려 용천수의 위치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것도 포함된다.

다른 하나는 용천수가 위치한 주변에서 대규모의 공사를 함으로써 용천수가 매립되거나 혹은 원래의 크기와 형태에서 더 축소되고 변형된 채 한쪽 구석에 방치돼 있는 것들이다.

이처럼 해안을 중심으로 한 여러 지역에서 공사로 인해 이미 사라진 것은 어찌할 수 없겠지만, 현 시점에서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2) 현무암 풍화토에서의 농경

[그림 7] - 제주도의 밭농사 경관


예로부터 문화, 문명은 농사가 시작되며 크게 꽃피기 시작했다. 이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바로 물이다. 관개시설이 풍부한 현대와는 달리, 모든 것을 자연 조건에 기대야 했던 옛날, 넉넉한 물이 없으면 농경을 할 수 없고, 생존 자체가 위협받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물을 찾아 이동하고 정착을 해왔다. 그에 따른 모습들이 건조기후대의 유목이나 우리나라의 배산임수 등을 들 수 있다. 제주도의 큰 하천들은 대부분 한라산 북쪽과 남쪽으로 흐르는데 비가 내릴 때만 흐르는 건천이다. 한라산에는 지형성 강수가 많이 내리지만 기반암인 현무암이 절리가 많고 다공질이기 때문에 빗물은 곧 지하로 스며들며, 지하로 스며든 빗물은 해안에서 용천으로 솟아오른다.

제주도는 앞서 말한 현무암 풍화토의 영향으로 배수가 탁월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선, 강수량이 많은 제주도라 하나, 논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한계에서 나온 것이 밭농사이다.

3) 바람의 이용

문화적 경관

제주도에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다름아닌 바람일 것이다. 그에 따라 다른 내용들보다 바람과 관련한 부분을 더 조사해 보았다.

대표적 주거공간인 제주 초가는 사계절 내내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지붕은 바둑판처럼 "새"를 엮어 동여매고, 바람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덜 받고자 초가(집)의 높이를 낮춰, 얼핏 보면 웅크려 앉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림 8] - 제주도의 특별한 초가지붕


비바람이 많은 제주 지역의 독특한 주거환경은 기둥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기둥은 나무가 원래 살아있을 때 그대로 써야 썩지 않고 오래 가며, 만약 거꾸로 쓴다면 집에 동티가 난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에선 전면 평주 기둥을 거꾸로 썼다. 그 이유는 비바람이 센 제주 특성상 기둥 밑둥이 쉽게 썩기 때문이다. 기둥 밑둥이 썩어 가면 썩은 부분을 잘라버리고 돌기둥을 세워서 대신 받쳐 제주 바람의 횡력을 견디었다.

올레(제주어로 ‘거리 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함)역시 바람이 많은 제주풍토를 잘 활용한 선인들의 지혜로운 산물이다. 풍속을 완화시킴은 물론 올레목에 들어온 사람에게 집 내부를 보이지 않게 하고, 올레의 길고 지루한 감을 전환해 주택 내부인 마당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올레 주위로 팽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을 심어 바람을 찢어내는 파풍효과도 노렸다.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마을 중앙이나 인가가 시작하는 곳 등에 대(댓돌, 앉아서 쉴 수 있는 곳)를 만들고, 주위에 '궂은물통'이 배치돼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제주인의 여름나기를 위한 노력의 하나이다.

제주는 해양성 기후라 여름 한낮의 기온이 높지는 않지만, 습기가 많고 해의 고도가 높아 바람이 넘어가는 목이 없기 때문에 바람을 살펴 정자나무 등을 놓지 못했다. 그래서 주변에 궂은물통을 굴렁진 곳에 배치하여, 주위의 기온을 내리는 방법을 썼다. 이 궂은물통은 비록 사람이 마실 수는 없지만, 마소에 쓰기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이 물은 사람의 마음과 재물까지 풍족하게 해주는 정서순환의 역할까지 해주었다.

해안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풍담이나 방풍림, 방조림(防潮林, tide-water control forest, 태풍, 지진 등에 의하여 내륙으로 밀려들어오는 높은 파도를 저지하고 해풍에 의한 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안지대에 조성한 수림대) 등도 바람이 끊이지 않은 제주 해안마을의 풍경이다. 제주 해안마을에 가면 팽나무 등, 나무와 풀들이 한곳으로 쏠려있는 것과 아무리 방향이 좋다하더라도 집배치를 바다로 향하지 않게 등지게 하는 것도 바람에 의한 제주환경변화다.

임제의 『남명소승』에 "한라산 이북은 항상 북풍이 많고 팔방의 바람에서 북쪽이 가장 세기 때문에 제주 온 지경은 수목이 다 남쪽을 향하고 몽그라진 비와 같으며, 바람이 불 때마다 물거품이 비와 같고 바다에 가까운 10리 사이는 초목이 다 짠 기운을 입게 됐다." 는 표현이 있다. 이는 바람의 고장 제주의 풍토를 잘 드러내는 예이다.

햇볕이 집안에 드는 것을 막거나, 소나기가 올 때 빗물이 집안으로 들치는 것을 막는데 쓰이는 풍체, 제주 민가의 문을 구들의 창호지 창과 문을 제외하곤 모두 판자문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거센 바람을 막기 위한 수단이다.

[그림 9] - 제주 돌담


제주 어디에서나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것처럼 보이는 돌담과 집들의 구조, 올곧지 않고 휘어져 자란 나무들, 꼭꼭 동여맨 초가지붕. 이러한 것들은 척박한 환경과 거센 비바람이 많은 제주에서 살아가기 위한 한 방편이다. 그래서 제주인의 삶과 그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삼고 사는 제주 사람들에게 바람은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극복해야 할 자연 현상이다. 때문에 제주 주민들은 음력 2월 1일부터 15일까지는 '바람의 신'이라 불리는 '영등할망'을 모시는 기간으로 정하여 영등굿을 지내는 등 정성을 다하고 있다. 이때는 해상활동을 삼가고 그 해의 해사(海事)에 대한 안전과 풍어 등을 기원한다.

풍력발전

최근 바람의 이용을 꼽자면 풍력발전을 예로 들 수 있다. 바람은 돈이다. 소금기를 머금은 풀과 나무가 한곳으로 쏠린 제주도내 곳곳은 무한한 바람 에너지가 생산되는 보물창고다. 이는 곧 최근 우리나라 곳곳에서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국내 최초로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설치된 행원풍력단지는 버려지던 바람이 생명을 살리는 대체 에너지로 전환해 풍력의 상업화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바람이 더 이상 쓸모없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자연이 내려준 재화임을 확인시켜준 곳이다.

[그림 10] - 제주의 풍력발전기



풍력 발전은 공기의 운동 에너지를 회전자의 공기 역학적 특성을 이용하여 회전자를 회전시켜 운동 에너지로 변환시킨 후 발전기를 회전시켜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이다.

네덜란드와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만 가능했던 풍력 발전이 행원풍력발전단지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풍력 발전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면서 제주가 풍력 발전이 대체 에너지 개발창구로 떠올랐다.

풍력 발전의 메카로 부상한 행원풍력단지. 제주도는 1995년 제주도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1996년 제주도에 무한한 풍력자원을 청정 대체에너지로 개발 공급하기 위한 풍력발전 실용화 사업에 착수했다.

1997년에 도내 4개 지역 풍력 자원 조사를 실시해 행원 지구를 풍력 단지 사업지로 선정했다. 1997년 행원 지역에 600㎾급 풍력 발전기 2호를 설치해 1998년 8월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가 국내 최초로 풍력 발전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제주도가 바람의 적지로 추정되는 곳 25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18개 지역이 풍력 자원이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원풍력단지에는 국비 156억, 도비 43억, 민자 4억 등 총 203억 원을 들여 1998년부터 2003년 4월까지 15기의 풍력 발전기가 세워졌다. 1998년 8월에 600㎾ 풍력 발전기 1.2호기의 상업 운전을 시작으로 2003년까지 750㎾급 5기, 660㎾급 7기, 225㎾급 1기 등 총 15기 10㎿ 규모의 풍력 발전기가 설치되어 1998년 8월부터 2006년말 까지 11만4079㎿h의 전기를 생산해 총 74억8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풍력 발전기는 항공, 기계, 토목 등의 다양한 기술이 복합된 첨단 기기다. 바람으로 돌아가는 날개 부분과 날개 회전수를 증가시켜 전기를 발생시키는 기어박스, 이를 받치는 타워로 구성된다. 날개를 회전시켜 생산된 전기는 일반 전기 송전탑으로 연결되고, 이곳에서 다른 전력들과 섞여 송전선을 통해 가정으로 전달된다.

풍력 발전은 새로운 대체 에너지일 뿐 만 아니라 환경을 손상시키지 않는 미래자원이다. 풍력 발전기 750㎾급 기준 1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가로 × 세로 15m 정도의 공간이면 충분하다.

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을 뿐 아니라 풍력 발전기가 세워진 공간 주변에서 목축이나 농사가 가능해 친환경적이다. 풍력 발전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에너지다.

풍력 발전기를 세울 때 드는 초기 비용 외에 풍력 발전기를 컴퓨터라는 첨단 장비가 척척 알아서 가동해주기 때문에 부대비용이 적은 것도 풍력 발전의 가능성을 뒷받침해 준다.

쓸모없이 버려지던 바람이 이제 환경을 살리는, 자연이 준 최대의 선물 청정 자원으로 거듭났다. 행원풍력발전단지가 성공하면서 제주에서는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행원풍력발전단지에 이어 (주)한국남부발전이 제주시 한경면 용당리에 1.5㎿급 풍력발전기 4기를 설치해 가동에 들어갔고, 2차 사업으로 15㎿급 풍력발전단지를 제주도에 조성하기로 하는 등 제주도가 풍력발전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지명

연평균 풍속

(m/sec)

주 풍향

풍력에너지밀도

(w/㎡)

속초

3.8

NW

81.4

대관령

5.8

W

231.7

인천

3.9

NW

92.8

울진

4.8

W

128.7

여수

5.3

WNW

203.4

부산

4.6

SW

122.5

목포

5.1

N

184.6

제주고층

8.9

NNW

936.7

보령

2.8

SSW

38.8

군산

4.6

WNW

145.8

인제

2.9

S

32.7

제주

4.3

NNW

139.2

[표 2] - 지역별 풍속, 풍향, 풍력에너지밀도의 차이

9년 동안의 기상청 측정 자료를 이용하여 73지역 중에서 풍력자원이 어느 정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즉 평균풍속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는 [표 2]와 같다. 선별지역에서 제주고층이 가장 좋은 풍력 자원을 보인 것이다. 이런 기상청의 객관적인 지표를 보더라도 제주도의 풍력자원이 우수함을 알 수 있다.

풍력발전의 최적지로 손꼽히는 제주. 풍력발전단지는 청정에너지 생산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견학장소, 청정제주의 관광지 역할도 톡톡히 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 자료

<논문 및 단행본>

ㆍ한국지리정보연구회, 2006, 자연지리학 사전, 한울

ㆍ조지욱, 2007, 개념세우기 한국지리, 두산동아

ㆍ권혁재, 2008, 자연지리학, 법문사

<인터넷 사이트>

ㆍ손문종의 과학학습 도우미

http://www.escinfo.com/zbxe/m1_uni03_rd

ㆍ지오뱅크

http://geobank.or.kr/zboard/view.php?id=region1&page=4&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5

ㆍ제주 사이버 삼다관

http://www.jejusamda.com/common/c_dataView.php?id=B01010100

※그림 및 표 출처

[그림 1] http://blog.naver.com/nextar?Redirect=Log&logNo=100038490131

[그림 2] http://www.escinfo.com/7th%20science/chap03/images/jiha.jpg

[그림 3] http://geobank.or.kr/photo/jpg/pse275.jpg

[그림 4] http://www.jejusamda.com/_template/default/images/contents/B01010100_01.gif

[그림 5] http://user.chollian.net/~sahar2/lectkor/lecko/3-1-1/004.gif

[그림 6] http://geobank.or.kr/photo/jpg/jkj013.jpg

[그림 7] http://blog.naver.com/nextar?Redirect=Log&logNo=100038490084

[그림 8] http://www.photowang.net/files/attach/images/90/978/096.jpg

[그림 9] http://www.jibstv.com/datafile/board/jejuphoto/PC_015.JPG

[그림 10]

http://energyvision.org/file/바람으로부터%20얻는%20에너지/그림62%2D제주도%2D풍력발전기.jpg

[표 1] http://user.chollian.net/~sahar2/lectkor/ko3-1-1.htm

[표 2] 김은일, 2006,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위한 지침서 및 지역 수용성 제고방안 연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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