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리학에 대한 선입견과 정설
1) 선입견의 원인

학교 지리를 배우는 동안 형성되는데, 지리수업이 학생들을 둘러싼 구체적 삶을 소거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추상화된 개념이나 일반적 원리에 치중하고 있다.

2) 지리학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학문

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 1996)이 지리학의 종말을 예고했다. 그러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인간의 삶이 네트워크화되고 다양한 연결망을 형성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공간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 지리학이며, 지리학은 단편적이고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2. 경계가 흐려지는 지리학의 영토

지리학에서도 자신만의 학문적 영역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학문 영역에서 다루던 대상을 다루기도 한다. 그렇지만 개별의 학문은 여전히 자신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데, 그것은 개별학문에서 접근하는 개념적 도구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3. 희미해진 영토에서 지리학의 모습 찾기 : 지리학의 개념
1) 위치(location)와 장소(place)

지리적 현상이 어떤 위치에서 발생했는가의 문제가 지리학에서 가장 중요하며, 고유의 문제이다. 위치는 절대적 위치와 상대적 위치로 표현할 수 있으며, 절대적 위치는 공간축 상의 좌표점을 의미한다. 위치 속에서 인간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요소들과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경험세계를 구성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리학은 위치를 중심으로 인간들의 삶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위치는 장소와 개념상 유사하다. 각각의 위치가 갖고 있는 자연/인문적 특성으로 구성된 곳을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장소는 절대적인 위치보다는 상대적인 위치로 인식되어야 한다. 같은 위치에 대해서도 인간은 자신의 의미 세계를 만들어가면서 절대적 위치를 상대화시키고, 물리적/객관적 위치를 상대적/인간적 장소로 변화시킨다.

2) 장소와 공간

장소는 지리학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이다. 그러나 지리학에서는 지리학적 상상력의 토대로 다시금 강조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분포학문으로의 지리학과 구분시켜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할 개념이다. 장소 속에 거주하는 인간들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인간들이 자아를 형성하는 데 장소가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는 장소의 이해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장소와 공간은 서로 대립적인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수하고 예외적인 대상을 연구하는 지리학과 보편적인 원리를 추구하는 지리학의 양 극단에 서 있는 개념이 장소와 공간이다. 장소가 특수/예외적/주관적/개성적인 개념이라면, 공간은 보편적/일반적인 개념이다. 또한 장소는 인가주의 지리학에서 중시하고, 공간은 실증주의 지리학에서 중시되는 개념이다.

3) 장소, 공간, 지역

공간이라는 개념이 갖는 의미가 다양해서, 공간도 특수하고 주관적이며 예외적인 현상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장소와 공간은 동전의 양면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이 두 용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

최근 공간은 장소와 대립되는 개념을 넘어 사회적으로 생산된 공간에 대한 개념적 접근이 이루어진다. 이것을 공간성(spatiality)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각종 자본주의의 이념이 대결하는 장으로 간주된다.

장소가 비교적 좁은 범위의 공간을 의미한다면, 공간과 지역은 비교적 넓은 공간을 지칭한다. 여기에서 서로 혼돈의 여지를 제공하며, 지역은 지표 공간을 구분해 놓은 서로 다른 공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공간보다 적은 규모를 의미하기도 한다.

4) 지역과 경관

지리학의 본질을 나타내는 중요한 개념 중에 위치, 장소, 공간, 경관과 함께 지역이 있다. 지역지리는 ‘장소’를 연구하지만, 이 장소는 ‘일정 면적의 지표’를 의미한다.

비달 블라쉬(Vidal de la Blache)는 인간과 자연과의 밀접한 상호 작용 관계가 수세기 동안 발달되어 온 곳을 지역(뻬이;pays)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 지역이 갖는 고유한 특성을 연구하는 것이 지리학의 과제라고 보았다. 이 지역은 자연/문화/역사적 현상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므로 지역을 연구하는 것이 인간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고, 환경을 이해하는 것으로 보았다.

칼 사우어(Carl Sauer)와 오토 슐뤼터(Otto Schluüter)는 지역을 ‘경관’으로 보았다. 이들은 발생적, 형태적 과정에 의해 형성된 형상을 중시하였고, 가시적 현상에 의해 창출된 형태와 공간 구조를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슐뤼터는 ‘문화경관으로서의 지역’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프레드 헤트너(Alfred Hettner)는 지역을 경관으로 인식하는 관점에 반대하였는데, 지리학은 지역의 특수성을 설명해야 하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경관은 그 지역은 특수성을 모두 담아낼 수 없기 때문에 지리학의 범주를 크게 축소한다고 하였다.

지역유기체설은 지역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기적 실체로 본다. 지역 도구설은 지역개념을 지리학자의 개념적 도구, 지적 상상물로 본다. 그러나 현재의 일반적 견해는 양자의 주장을 적절히 혼합하고 있다. 하나 혹은 보굿의 특성에 의해 일정한 통합성을 지니고 주변 지역과 구별되는 지표의 한 구획을 지역으로 이해하면서, 등질지역과 기능지역, 토착지역 등으로 세분한다.

5) 시간과 스케일

독립적인 의미보다는 장소, 공간, 지역, 경관 등의 개념 때문에 의미를 갖는 개념이다. 주요 개념으로 인식되지 않기도 하지만, 인간들의 삶을 이해하는 연구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스케일은 동일한 지리적 현상도 어떤 스케일에서 해석하는가에 따라 다른 해석과 설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장소와 지역의 특성이 약해지면서 지리학의 정체성이 의심받지만, 다른 스케일에서 지역과 장소를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학문적 존재 이유가 있다.

시간은 장소, 공간, 지역에 시간이 들어있기 때문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각각의 지역에 들어있는 시간은 각각의 장소, 공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공간화된 시간(spatialized time)’이다. 각각의 장소, 공간, 지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다르게 느껴지고, 상대적이며 맥락적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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