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2009. 6. 22. 03:39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목차를 보면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한 글쓰기인가’, ‘누구를 위하여 쓰는가’ ‘1947년 작가들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앞의 두 장을 요약해보면 이와 같다.

 사르트르는 첫 장인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에서 작가라면 독자를 인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화가는 단지 하나의 모습을 보여줄 따름이고 그것이 전부라 말한다. 그러나 화가와는 달리 작가가 다루는 것은 구별이 필요한 의미라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시에 대해 언급한다. 시는 산문과는 달리 말을 ‘사용하는’것이 결코 아니라고까지 말한다. 그리고 시인들을 언어를 ‘이용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라 말하기까지 한다. 시인은 말을 세계의 모습의 ‘기호’로 사용할 줄 모르지만 이런 모습 중에서 하나의 ‘이미지’를 찾아보는 것이기도 한다 말한다. 이와 반대로 산문작가는 작가의 본질적인 임무인 인도를 하기 위해 말을 ‘사용하는’ 본질적으로 실용적인 집단이라 규정한다. 또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한 사람이 작가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기를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말하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또 예술은 앞서 말한 것처럼 참여와 인도를 수반하기 때문에 결코 순수파에 선 일이 없다는 것도 덧붙였다.

 두 번째 장인 ‘무엇을 위한 글쓰기인가’에서 사르트르는 저마다 이유가 있다는 말로 말문을 연다. 작가들의 여러 가지 목표의 배후에는 그들 모두에게 공통되는 어떤 더욱 깊고 더욱 직접적인 선택이 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예술적 창조의 주된 동기의 하나는 분명히 세계에 대해서 우리 자신의 존재가 본질적이라고 느끼려는 욕망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글을 읽는 독자가 필요하기에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쓴다는 것이 항상 옳을 수 없다고 한정짓고 있다. 또 사실 문학이란 대상에는 실상 독자의 주관성 이외엔 다른 어떤 실체도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독자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 만들어져야 하는 동시에 이미 만들어져 있고, 작품은 바로 그의 능력 여하에 따라서만 존재할 따름이라 말한다. 따라서 책은 도구처럼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독자의 자유에 대해서 자신을 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라 한다. 물론 이 점에서 예술작품이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선 사르트르는 동의하지만 예술작품 자체가 목적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기도 한다.

 이러한 내용을 살펴보면 사르트르는 문학을 단순한 글의 나열로 보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작가가 독자를 특정한 의도로 인도한다는 점이나 예술작품 자체가 목적이라는 내용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나도 글을 가끔 써보기에, 사르트르의 입장에 동의한다. 작가의 창작물은 결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그렇다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자신만을 위한 작품이라면, 그 내용은 결국 자신만이 알면 되는 것이기에 머릿속에서 증발해 버려도 별 상관이 없지 않은가? 문학 작품은 탄생할 때부터 의미를 가지고, 태생적으로 독자를 쫓아다닐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예술, 그 중에서도 문학은 결코 순수한 것만은 아니다. 독자를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언제나 숨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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